맑은 새미
2020. 3. 16. 06:59
용혜원
선운사 뒤편 산비탈에는
소문 난 만큼이나 무성하게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고 많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지가지마다 탐스런
열매라도 달린 듯
큼지막하게 피어나는
동백꽃을 바라보면
미칠 듯한 독한 사랑에 흠뻑
취한 것만 같았다
가슴 저린 한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한 듯이
보기에도 섬뜩하게
검붉게 검붉게 피어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