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할미꽃
노란 할미꽃은 꽃잎뿐 아니라 줄기와 잎까지 연노랑 색이어서 자주빛인 여느 할미꽃과 구분된다.
3월 말부터 한 달 가량 꽃을 피운 뒤 꽃대가 올라와 시들 때까지 50일가량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노랑할미꽃은 주로 4월에 노란색 꽃을 피운다. 학명(Pulsatilla koreana for. flava Y.N.Lee)에서 알 수 있듯 한국특산종으로 고 이영노 박사가 발견했다. ‘Pulsatilla’는 ‘소리내다’ 또는 ‘치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pulso’의 축소형으로 종처럼 생긴 꽃의 모양에서 유래했다. 우리 말로는 할미꽃이다. 할머니 등처럼 굽은 꽃줄기에 꽃이 고개를 숙여 피고, 열매의 길고 흰 털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노고초(老姑草)라고 한다. 또 희고 긴 암술대가 있는 열매들이 둥근 공 모양을 이루는 것이 백발노인의 머리와 같다고 하여 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문순화 사진작가가 노랑할미꽃을 처음 본 건 2005년 4월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인 현진오 박사와 황장산 식생조사하러 갔다가 민박집에 묵을 때였다. 민박집 주인이 마침 우편배달부였다. 우연히 저녁을 같이 먹게 됐다. 그 사람이 “저쪽 문경 쪽으로 가면 식물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 분이 있다. 그분을 만나보시면 문경이나 황장산에 대한 식물정보를 많이 알려 줄 거다”라고 말했다.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가 이듬해 같은 시기 문경으로 그분을 찾아갔다.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당에서부터 가시오갈피 등 귀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아니 이 귀한 식물들을 어디서 봤나?”,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하면서도 대충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찾지 못했다. 얼마 뒤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산에 갔다 오는데 노랑할미꽃을 봤다”고. 바로 달려갔다. 비가 엄청 내리는 날 묘지에서 장대비를 맞고 있는 노랑할미꽃을 처음 봤다. 놓칠 새라 렌즈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 이듬해 또 가서 위치와 서식지를 확인했다. 노란색과 붉은색이 뒤엉켜 있었다. 틀림없는 자생지였다.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관리 잘하라”고 신신당부하고 헤어졌건만 이듬해 소리 소문 없이 자생지의 노랑할미꽃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누군가 몽당 캐 가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고 이영노 식물학자에게 사진을 보여 주며 자랑했다. 이 박사는 “나도 이미 도봉산에서 찾아 기록해 뒀어”라고 말했다. 그게 1960년 4월 5일이다. 이 박사는 이미 학계에 보고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자생 노랑할미꽃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문 작가는 말한다. “지금 인터넷에 올라오는 자생종은 아닌 것 같다. 어디서 가져다 심은 듯하다. 노랑할미꽃은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띤다.” 외국에서 수입한 원예종은 시중에서 화분에 심어 판매하고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꽃가게에서 찍은 위 사진도 원예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