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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미학(photograph esthetics)

풍경





범종을 축소한 형태로 만들어진 풍경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금속성 소리를 낸다. 맑고 호젓하고 은은한 풍경 소리는 고적한 사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종 안에는 바람에 흔들려 벽을 쳐 소리를 내는 '탁설()'이 달려 있는데, 탁설은 아주 드물게 연꽃 모양으로 된 것도 있지만 물고기 모양으로 된 것이 대부분이다. 풍경을 일명 '종어()'라 하고, 풍경 소리를 '종어성()'이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고기 모양의 탁설은 물고기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것처럼 수행자는 잠을 줄이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풍경의 본질은 소리에 있다. 불교에서는 귀에 들리는 것은 다 부처님의 음성이요,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부처님의 상호라고 한다. '문성오도()'라는 말도 있다. 소리를 듣고 도를 깨친다는 말이다. 몸을 허공에 매단 채 동서남북의 바람결에 '정정동동 정정동( )' 소리를 내며, 고()·공()·무상()·무아()의 교법을 설법하는 듯하니, 풍경은 장식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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