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배종 팥은 본 종 새팥으로부터 개량된 것으로 주로 농촌 마을 근처나 경작지 근처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한해살이 콩과식물이다. 우리말 식물이름에 ‘새’가 붙은 것은 ‘작다’, ‘새롭다’, ‘사이에 난다’와 같은 형용사적 의미와 새(鳥類)와 관련되어 명사적 의미를 포함한다. 새팥의 ‘새’는 경작지나 마을의 ‘빈 터(사이, 새)에 사는 팥’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에서 팥은 소두(小豆)로, 『물명고()』에서 ‘팟’으로 기재하고 있다. 이런 기록들이 야생종인지 재배종인지는 구분하지 않지만, 분명 식량(穀禾, 곡화) 작물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팥 종류(小豆)는 일찍이 삼한시대부터 재배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이 옳던 그르던 이 대목으로부터 삼한시대의 사람들은 이미 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일찍부터 야생의 팥, 즉 새팥을 하나의 곡류로 이용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한자가 알려지기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새팥을 ‘팟’이라는 소리로 불렀고, 대두(大豆)에 대응하는 돌콩은 콩이라는 외마디 명칭으로 불렀던 아주 오래된 우리 이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한다.
열매가 익으면 용수철처럼 깍지가 터지면서 흑갈색 종자 6~14개가 튕겨 나온다. 돌콩(2~4개)이나 새콩(3~4개)보다 종자가 2, 3배 많다. 돌콩이 동아시아 전역에 분포해 지리적 분포가 가장 넓다면, 새팥과 새콩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특히 새팥은 새콩에 비해 대륙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히말라야지역에도 분포한다.
팥죽은 재배종이나 야생종의 팥 종류로 만든다. 동지에 팥죽을 먹고, 진정한 새해의 의미를 가지는 풍속이 우리에게 있다. 나이만큼 새알심도 찾아 먹는다. 그런데 이 문화는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시작되는 가장 오래된 원시 습속으로 보인다. 동짓날은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이기에 고대인들에게는 태양신에 제사를 올리는 축제의 날7)이었다. 연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짓날은 선사인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이자, 한편으로는 이날만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희망의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러한 밤의 혼령들을 물리치면서 위로를 받기 위해 팥이 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