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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감익는 마을

 

 

 

 

 

 

 

 

 

 

 

 

고향집 마당에는 크다란 감나무 한그루가 서있었다.

세갈래로 갈라진 밑둥 하나의 둘레가 어른 한아름이나 되고 키도 10m가 훨씬 넘는 어린 나에게는 위압감을 줄 만큼 큰 감나무였다.

요즘 흔한 단감나무가 아닌 것이 그즘의 나에겐 무척이나 아쉬운 점이었다.

그렇지만 그 감나무는 봄부터 가을까지 나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나무였다.

봄철 연두빛 잎이 피고 얼마 지나지않아 감꽃을 피운다.

연노랑의 보잘 것 없는 감꽃이지만 당시의 아이들에겐 훌륭한 먹거리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감나무 아랜 감꽃이 즐비하다.

감꽃을 줍기위해 일찍 잠에서 깰만큼 감꽃은 인기가 있었다.

줍는 즉시 입에 넣고 씹으면 달콤씁쓸한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먹고 남은 감꽃을 실에 꿰어말리면 쓴맛이 사라지고 단맛만 나는 먹음직한 간식이 되었다.

 

여름이면 애기주먹만한 감이 감나무에 달린다.

벨레 먹은 감이나 비바람이라도 칠라치면 감이 떨어진다.

그냥은 쓴맛 때문에 먹을 수 없지만 동이에 물을 담고 며칠 감을 삭이면 달콤한 게 먹을만하다.

 

감이 붉게 익어가는 가을 홍시는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고이는 맛있는 간식이었다.

 

서리가 내릴 무렵, 감을 따서 반으로 쪼개면 설탕가루를 뿌린 것같이 반짝이는 속살을 드러내는데 이 때의 맛은 요즘의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다.

고향집의 그 감나무는 지금은 고목이 되어 가지도 다 잃고 그루터기만 남아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 시절의  감맛이 그립다.

 

내소사앞 정든민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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